독일 불법 다운로드로 편지왔을때 대처하기

독일 불법 다운로드로 편지왔을때 대처하기

이번에 말로만 듣던 불법 다운로드로 걸리면서 대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봅니다. 베를린리포트에서도 관련 글들을 검색해보았는데, 대부분이 학생이라 돈 없다고 사정하고 반 정도 금액에서 합의해라라는 조언이더군요. 실제 학교의 법률상담부터 비슷한 케이스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인터넷 포럼들의 사례 검색, 마지막으로 변호사를 만나 상담/위임까지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경우 로펌에서 제시한 합의금을 현실적으로는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은, 불법으로 걸리는건 다운로드가 아니라 공유(업로드)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P2P, 당나귀, 토렌트 등을 이용하다 걸리게 되는데, 저런 서비스 들에서는 다운로드와 동시에 공유, 즉 업로드가 같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운받는 파일이 동시에 무작위 대량의 다운로더들에게 전해지는 이 과정에서 로펌과 계약한 단속업체에게 전해질 수 있고, 이 단속업체가 자기에게 불법 파일을 전송하고 있는 수많은 IP들을 수집하며, 이를 받은 로펌은 IP를 추적해 그 소유자들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단속업체 또한 불법 파일의 일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고 설명되어져 있네요. 

따라서 이러한 로펌들은 하루에 못해도 수십, 수백건의 경고장을 발송합니다. 이러한 경고장의 주요 내용은 불법 공유 사실에 대한 확인이고, 변호사 비용 및 저작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포함한 Pauschal 합의금을 제시하며, 더불어 첨부된 Unterlassungserklärung에 서명하도록 해 매우 짧은 기한을 주고는 그때까지 보내지 않으면 이후 자기들의 의뢰인(실제 파일의 저작권 소유자)에게 소송을 권고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 협박합니다. 

여기서 의문은, 실제 저작권 소유자가 자기들의 대리인(로펌)이 행하는 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얼마나 되느냐는 점입니다. 로펌은 저작권 소유자, 즉 의뢰인에게 위임을 받아 저작권 관리 업무를 하게 됩니다만, 이게 소송까지 가려면 다시 의뢰인의 소송의지가 필요합니다. 즉, 저작권 소유자가 불법 공유자들과 정말로 소송할 의사가 있는지는 의문이고, 저작권 소유업체는 불법공유에 대해 다소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위에서 이야기한 합의금의 상당부분(보통 절반 이상)은 사실 변호사 비용에 해당하므로, 실제 이러한 일을 통해 이익을 보는건 로펌들일 가능성이 크지요. 그러나 천분의 일? 정도의 확률로 실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소송비용이 못해도 보통 수천만원대까지 간다고 하니, 이런 가능성은 피하는게 좋겠죠. 

아무튼 이러한 경고장을 받으면 우선 사실 확인부터 해야할 것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인터넷 망을 이용해 불법 공유를 한 것이라면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어쨌든 내가 받은게 아니라면 당연히 합의금을 전혀 내지 않는 쪽으로 전개를 해야겠죠. 집안에 어린 아이가 있어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면 이를 강조해 역시 합의금을 안내는 방향으로 수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내가 이런 불법 공유를 저지른게 맞다면,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합의금을 낮추는 것입니다. 

저런 로펌들이 제시하는 합의금은 보통 600~1000유로 사이라고 합니다. 이런 저작권 침해 관련 사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저 합의금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져 있고, 하루에 수십, 수백건씩 경고장을 발송하는 로펌들은 사실 저 금액이 정말 적정한 것인지를 증명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저 로펌들은 같은 경고장을 이름만 바꿔가며 대량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각 개별 사안에 드는 비용은 매우 낮기 때문이죠. 어디서 본게, 독일에서 이런 저작권 침해 사례가 2009년에만 대략 48만건이고, 이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협박성 경고장을 받고 겁을 먹어 그 합의금을 재빨리 지불하는 사람이 전체의 10%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수백억대에 이르게 됩니다. 더불어 이런 저작권 침해 문제에만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수많은 로펌들이 또 생겨나면서 이런 로펌에서 가져가게 되는 변호사 비용도 엄청나게 되었고요. 결국 이것은 저작권 침해 ‚산업’이라 이름붙여도 될 만큼 큰 돈이 흘러가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몇가지 조건 하에서 – 이런 일을 처음으로 저질렀고, 이게 간단한(einfach) 저작권 침해사항이며 등등 – 이런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벌금은 최대 100유로로 정해져있다고 합니다. ‚간단한’ 침해라는게 해석이 모호할 수 있으나, 본인이 서버라도 운영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라이트 유저’들은 이 조건에 해당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큰 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이 100유로를 20유로씩 5개월, 혹은 10유로씩 10개월 등 할부로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본인이 불법공유를 저지른게 맞으면, 이 100유로라는 금액으로 합의를 유도하는 방향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또한 첨부된 Unterlassungserklärung에 서명해서 기한 내에 보내라고 되어있는데, 이건 절대 원본에 그대로 서명하지 마세요. 이것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일을 또다시 저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서약하는 것인데, 보통 여기에는 매우 부당한 문장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다시는 불법공유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무엇을’ 불법공유 하지 않을 것인지는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불법공유로 걸린 ‚그’ 파일이 아닌, 저작권 소유자의 ‚모든’ 작품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어지게 됩니다. 이때, 예를 들어 컴필레이션 음반이나 시리즈물을 다운받은 경우 줄줄이 대량 벌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Unterlassungserklärung에서의 문장은 불법공유로 걸린 파일로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다시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면 특정 금액(저의 경우 5001유로라고 되어 있더군요)을 지불하겠음을 서약하도록 요구하는데, 이렇게 특정 금액이 제시되어 있는 것 또한 매우 부당하다고 하더군요. 만일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게 될 경우엔 그 사안에 맞게끔 다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데, Unterlassungserklärung의 저 문장에 따르면 그에 무관하게 무조건 저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서약하는 꼴이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로펌에서 제시한 합의금의 전체를 지불하겠다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일단 서명할 경우 제시된 합의금을 모두 지불해야만 합니다. 이 Unterlassungserklärung의 효력은 30년이라고 하니, 한번 서명하면 30년 동안 쫓겨다니게 됩니다. 절대 서명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저런 경고장을 받으면 취해야 할 조치는, 
- 먼저 그쪽에서 제시한 합의금의 금액을 낮추길 제시하고, 
- Unterlassungserklärung을 본인의 상황에 맞게끔 수정한 ‚modifizierte Unterlassungserklärung’을 작성해 발송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등기(Einschreiben)로, Rückschein 받는 걸로 보내 그쪽에서 기한 내에 내 답변을 받았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이 과정을 매우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런 경고장에서 제시하는 시한은, 보통 편지를 발송한 날짜로부터 10일밖에 되질 않습니다. 그 10일이라는 것도 그쪽에서 ‚받기까지의’ 날짜이기 때문에, 편지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넉넉히 하루 이틀 전에는 보내야 합니다. 따라서 경고장을 받고 실제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 대략 일주일에 지나질 않습니다. 이렇게 기한이 짧은 이유는 저작권 위반사항의 시급성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법조계 내에서도 이 기간이 너무 짧다는 비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꼬투리 잡힐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이 기간을 준수하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modifizierte Unterlassungserklärung은 법적으로 정확한 문장들로 구성되어져야 하기 때문에, 보통 특별한 법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전문가와 상의해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틀린 문장이 포함되어져 있는 경우, 이 modifizierte Unterlassungserklärung은 받아들일 수 없고 애초의 그 합의금을 내라는 경고장을 다시 받게 된다고 합니다. 다만 그런 답변을 받기까지 대략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버는데에 이용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길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변호사와 상의하세요’가 되었네요. 

소득이 낮은 학생이나 Hartz IV Empfänger등에 해당되는 경우, 일단 동네 Amtsgericht에 가서 Beratungshilfeschein을 받습니다. 이것을 받으면 이 사건에 대해 변호사 수임료를 정부가 대신 내줍니다. 본인이 지불하는 금액은 10유로 뿐이고요. 이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 증명서와 함께 월세를 꼬박꼬박 냈다는 증명, 신분증, 전입신고서를 가져가야 합니다. 소득이 일정수준 이하이고 월세도 일정수준 이하일 때 이 Beratungshilfeschein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근처의 변호사를 Gelbe Seiten이나 인터넷을 통해 찾을 수도 있고, 저런 저작권 관련 경고장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로펌들은 주말에도 온라인을 통해 상담해주기도 합니다. 다만 Beratungshilfeschein을 꺼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저걸 거부할 권리는 없는데, 보통 수임료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벌게 되므로 좋아하지는 않죠. 따라서 그걸로 하려면 Termin을 늦게 잡아야 한다던지 하는 핑계를 댈 수도 있는데, 그냥 Beratungshilfeschein도 친절하게 받아주는 곳에 가는게 낫겠죠. Beratungshilfeschein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변호사 수임료가 로펌이 제시한 합의금과 별 차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싸게 해준다는 곳을 찾아야겠죠. 

마지막으로, 변호사를 만나게 되면 사실 위의 modifizierte Unterlassungserklärung을 본인이 직접 내지 않고, 일반적으로는 변호사에게 전체 권한을 위임(Vollmacht)하여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해줍니다. 이렇게 하면 대략 일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죠. 

앞서 말했듯, 저런 로펌들은 경고장을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이후에 답변을 받기까지는 못해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포럼을 검색해보니 보통 2년 걸렸다는 사례가 많더군요. 따라서 유학생들의 경우, 사건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짓기에 앞서 주로 어떤 작품들이 단속대상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잠시 살펴보자면, 사실 유명하고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 보다는 주로 ‚삼류’라고 하는 작품들이 훨씬 많습니다. 여기에는 
- 컴필레이션 음반에 삽입된 곡 
- 정식으로 발매된 포르노 동영상 
- 중소규모 제작사의 영화 
들이 해당됩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유명한 작품들이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쪽으로 가장 유명하고 큰 저작권 회사들과 계약한 로펌인 Waldorf Frommer Rechtsanwälte의 관리목록은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www.recht-hat.de/taetigkeitesbereiche/filesharing/waldorf-frommer-rechtsanwaelte/ 

그리고 이미 언급했듯, 다운로드가 아니라 ‚공유’가 걸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독일이나 그외 유럽계 유명한 P2P, 당나귀, 토렌트 트래커 사이트를 통해 유포된 파일들은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한국계 사이트를 통했다고 하더라도 저런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면 결국 차이가 없고요. 반면 한국계 웹하드 등에서 일방적으로 다운로드만 하는 경우, 비공개 토렌트 트래커를 이용할 경우 등은 걸릴 확률이 매우 낮을 것입니다. 

물론 저작권을 준수하고 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혹시나 위반한 경우 이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로펌 ‚업체’들의 배를 불려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협박성 경고장에 쫄지 말고, 법적으로 정확하게 대응하세요. ☺






bmkim    890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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