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의 하드웨어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구글에서 만든 세 번째 스마트폰 ‘픽셀3’ 시리즈를 비롯해 크롬OS 태블릿 ‘픽셀 슬레이트’, 화면이 달린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 허브’ 등이 정식 발표됐다.
구글은 10월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열고 자사의 하드웨어 제품 3종을 공개했다. 기대를 모았던 ‘픽셀3’와 ‘픽셀3 XL’은 카메라 기능이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픽셀 슬레이트’는 크롬OS를 탑재한 고성능 태블릿이다.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를 겨냥한 제품으로 보인다. ‘구글 홈 허브’는 아마존 ‘에코 쇼’나 최근 공개된 페이스북 ‘포탈’처럼 스마트 스피커에 화면을 결합한 ‘스마트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구글이 화면 달린 스마트 스피커 제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세 제품을 야외, 업무와 놀이, 집 등 각 환경에 맞는 ‘삶을 위한’ 제품으로 소개했다.
| ‘구글 홈 허브’, ‘픽셀 플레이트’, ‘픽셀3 XL’
카메라 강화한 ‘픽셀3’ 시리즈
픽셀3 시리즈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화면 크기가 다른 픽셀3와 픽셀3 XL 두 가지로 제공된다. 이번 픽셀 3세대 제품에서 강조된 기능은 카메라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카메라 개선을 강조하지만, 픽셀3 시리즈는 다른 스마트폰과 다른 방향으로 카메라 기능을 강화했다. 픽셀3와 픽셀3 XL 모두 듀얼 카메라 트렌드를 따르는 대신 1220만 화소 카메라 하나만 후면에 탑재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를 통해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새롭게 추가된 ‘탑샷(Top Shot)’ 기능은 AI를 통해 한 번에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돕는다. 셔터를 누른 순간 전후로 여러 장의 사진을 ‘HDR 플러스’ 방식으로 찍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준다. 예를 들어 인물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모두가 눈 뜬 사진을 한 번에 찍을 수 있다. 또 별도의 물리적인 광학 줌 렌즈 없이도 선명한 줌 기능을 제공한다. AI가 여러 장의 사진을 이용해 최종 결과물의 선명도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또한 어두운 환경에서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구글은 ‘아이폰XS’와 비교해 저조도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 새롭게 추가된 ‘탑샷’ 기능
전면에는 800만 화소의 듀얼 카메라가 적용됐다. 셀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광각 렌즈를 추가해 ‘셀카봉’ 없이 더 넓은 화각으로 셀카를 찍을 수 있게 됐다. 또 인물을 둘러싼 깊이 정보를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AI가 웃거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부스’ 기능도 추가됐다. 전·후면 카메라 모두 배경을 흐리고 인물을 부각하는 인물 사진 모드를 지원한다.
가장 흥미로운 기능은 전화와 관련된 AI 기능이다. 픽셀3 시리즈에는 AI를 통해 스팸 전화를 피하고, 예약 전화를 거는 기능이 추가됐다. ‘스크린 콜’ 기능을 통해 스팸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직접 받는 대신 전화 내용을 화면으로 표시하고 해당 전화를 스팸 처리할지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고 응답할지 선택할 수 있다. 또 지난 ‘구글 I/O 2018’에서 화제를 모은 ‘구글 듀플렉스’ 기술이 적용됐다.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직접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주는 기능이다. 올해 연말까지 뉴욕, 애틀랜타, 피닉스 및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우선 적용되며 추후 미국 내 다른 지역에 확대될 예정이다.
| 전화를 받지 않고 스팸 전화를 걸러주는 ‘스크린 콜’ 기능
픽셀3에는 5.5인치 OLED 화면이 적용됐다. 픽셀3 XL에는 6.3인치 노치디자인 OLED가 적용됐다. 두 모델 모두 전작보다 베젤을 줄여 화면 크기를 키웠으며 세로로 길쭉한 모습이다. 각각 18:9, 18.5:9의 화면비를 제공한다. 픽셀3 시리즈에는 스냅드래곤 845가 적용됐으며 4GB 램이 탑재됐다. 보안 강화를 위한 ‘타이탄 M’ 보안칩도 추가됐다. 로그인 정보나 디스크 암호화, 앱 데이터 및 운영체제 무결성 등에 대한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운영체제는 최신 ‘안드로이드 9 파이’가 적용됐다. 또 픽셀 시리즈 처음으로 무선 충전 기능을 지원한다. 가격은 픽셀3가 799달러, 픽셀3 XL이 899달러부터 시작하며, 10월18일(현지시간) 정식 출시된다.
크롬OS 태블릿 ‘픽셀 슬레이트’
픽셀 슬레이트는 크롬OS가 탑재된 태블릿이다. 아이패드 프로나 서피스 프로처럼 분리형 키보드를 지원해 노트북처럼 쓸 수 있으며 픽셀북 펜을 지원한다. 최신 8세대 인텔 프로세서가 적용됐으며, 최대 인텔 코어 i7에 16GB 램, 256GB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12.3인치 LCD 화면을 탑재했으며 전면 스테레오 스피커와 전·후면 800만 화소 카메라가 적용됐다. 측면 전원 버튼에 지문 인식 기능을 집어넣었다.
구글은 픽셀 브랜드를 태블릿으로 넓히고 있다. 이번 제품은 ‘픽셀C’에 이은 두 번째 픽셀 태블릿이다. 픽셀C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영체제다. 픽셀C에는 안드로이드가 탑재됐다. 태블릿에 최적화된 앱 지원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이번 픽셀 슬레이트에는 크롬OS가 적용됐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크롬OS를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플레이 앱을 쓸 수 있도록 해 사용성을 높였다. 크롬OS는 기존에 교육용 시장을 겨냥한 저가형 노트북 ‘크롬북’에 사용돼왔다. 구글은 이번 픽셀 플레이트를 통해 크롬OS의 가능성을 넓히고자 한다.
픽셀 슬레이트의 가격은 셀러론 프로세서를 탑재한 모델이 599달러부터 시작한다. 최대 사양 제품은 1599달러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키보드는 199달러에 별도 판매된다. 펜은 99달러다. 올해 연말 출시될 예정이다.
화면 달린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 허브’
구글 홈 허브는 아마존 ‘에코 쇼’ 화면이 달린 스마트 스피커다. 최근엔 페이스북이 같은 유형의 제품인 ‘포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구글 홈 시리즈에 화면이 추가된 형태이며, 음성 인터페이스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정보를 7인치 LCD 화면으로 보여준다. 검색 결과, 유튜브, 지도, 캘린터, 사진 등의 서비스를 화면을 통해 제공한다. 구글은 “더 도움이 되고 똑똑한 홈 제품”을 만드는 게 구글 홈 허브의 목표라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카메라가 달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스마트 디스플레이 제품과 달리 영상 통화나 영상 커뮤니티 기능을 쓸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구글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 카메라를 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글 홈 허브에는 스마트 홈 기기를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는 ‘홈뷰’ 기능이 추가됐다. 애플이 ‘홈’ 앱에서 제공하는 대시보드 기능과 비슷하다. 또 단계별 레시피 기능이 추가돼 요리를 할 때 방대한 양의 레시피를 참고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레시피 예제 영상을 볼 수도 있다.
구글 홈 허브는 기존 구글 홈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화자를 구분하는 ‘보이스 매칭’ 기술이 적용돼 사용자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풀레인지 스피커와 두 개의 원거리 마이크가 탑재됐다. 또 블루투스5.0을 지원한다. 아쿠아(그린), 샌드(핑크), 차콜(다크 그레이), 초크(화이트) 등 네 가지 색상으로 제공되며 가격은 149달러다. 10월22일 미국, 영국, 호주 지역에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