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찾아간 것도 그냥 한 방에 찾아간 것은 아님. 몇 가지 자잘한 일이 있었는데 한 가지만 풀어보겠음. 역에서 내려서 택시타고 할머니 사시던 그 만수동 골목 데려다 달라고 했음. 그 아저씨가 좀 우락부락하시긴 했는데 매우 친절하시고 한참 아랫배인 내게도 공손하게 존대어 쓰시며 잘해주셨음. 그런데 길 가다가 가끔씩 택시기사 아저씨가 운전하시다가 ‘음?’ ‘아.’ ‘어?’ 이러시는 거임 가끔 차가 급정거 할 때도 있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멈춰섰음 . 아저씨 태도 돌변. 식은땀 뻘뻘 흘리며 나에게 거긴 왜 가냐고 추궁하심 난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네?’했다가 왠지 이 나이의 청년이 무당보러 간다고 하기 좀 이상해서 할머니 보러 간다고 답했음. 그랬더니 아까 그렇게 존대어까지 쓰시며 공손하던 분이 반말을 고 화를 내시며 당장 나가라는 거임 내가 얼 타고 있는데 돈 같은 것도 필요없으니 빨리 나가라함. 처음엔 ‘뭐야? 이 동네는 택시아저씨도 신기가 있나? 올ㅋ 제대로 찾아온 거 맞는 듯? 돈도 안내고 꽤 멀리까지 왔으니 좋구만ㅋ’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 거 같음.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그 무당들 많은 거리에 들어섰음. 한자로 卍표시 되어있는 집들이 상당히 많음. 뭐 삐까번쩍하게 천산신녀 어쩌고 이런 곳은 좀 안 끌리고 일부러 조금 허름한 집 중에 동자 어쩌고를 찾아갔음. 동자신 씌였다면 어린애 연기는 쉽지 않을 거 아니겠음? ㅋㅋ 진짜 신내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나름 알아볼 재량으로 성대모사 하기 어려울 법한 신을 모시는 곳으로 들어갔음. 사실 쓰니는 무당이니 점이니 이런 거 믿지 않음 진짜 용하다, 미래 잘 알아맞춘다 이런 소리들을 해도 ㅋㅋㅋ 그럴 거면 복권번호나 맞춰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님? 이런 소리하면서 다 비웃었음 그런데 왜 갔냐고? 그만큼… 그냥… 절박했다고 해두자 -_- 아무튼 갔더니 영 분위기가 별로임. 본래 무당 같은 걸 안 믿는 내게 사기 &9라러스한 분위기가 폴폴 풍김. 살집 좋고 욕 잘하게 생긴 그런 심술궂게 생긴 할머니가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우 가녀리고 빼빼마른 40대 중반 정도의 아주머니가 앉아계심. 그냥 보면 전혀 무당 같이 생기시진 않았음 내가 들어가자마자 나를 심각하게 쳐다보던 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씌였구만 ㅋ 그런 말은 나도 함. 솔직히 20대 후반 건장한 청년이 이 점집까지 온다면 당연히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어 왔을 것이니, 당연히 첫 마디는 ‘귀신에 씌였다’라고 하겠지! 그래도 그냥 웃겨서 뭐라하는지 지켜봤음. 하는 일이 잘 안되지? ㅋㅋㅋㅋ 아주머님. 그 말은 대한민국의 20대 청년 모두한테 해도 [예]소리 들을 말인데욬ㅋㅋ 낭패감+실망감이 겹쳐져서 난 무슨 핑계를 대고 여기서 나갈까 궁리만 하게 되었음. 아… 잘못 골랐네 ㅅ 1 B ㅏ… 그렇게 무슨 핑계를 대고 나갈까 눈알만 굴리며 대답도 안하고 있던 내게 그 아주머니가 물었음 고민이 많은가보구만. 걱정하덜 말어. 저 요망한 것만 내면 다 일 잘 될 것이닝께. 아 네네 -_- 그러시겠죠 그런데 학생이당가? ㅋㅋㅋㅋ 내가 뭐하는지도 모르는 분이네 아놬ㅋㅋㅋ 잘못 왔엌ㅋㅋㅋ 나 : 네 그런데요 그러자 급격히 -_- 식으로 식는 아주머니의 표정. 돈 없는 거 눈치 채셨나여? 나도 님 ㅅ ㅏ이비라는 거 눈치 챘거든여? ㅋㅋㅋㅋ 후… 뭐, 그래. 학생인디 여까지 오느라 수고했구만 학생이고 고생했고 한 거 같으니께 내가 이거 부적 특별히 7만원에 써주께. 원래 10만원 짜린데 학생이라 싸게 받는 거야. 아 됐거든요? 쓰니 : ^^; 괜찮습니다. 이야기 들은 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부적은 됐고요. 복채만 낼게요. 그러자 다시금 -_-로 굳어버리는 아주머니의 표정. 저기요… 아주머니? 지금 진짜 -_-표정 짓고 싶은 건 저거든요? 아예 대놓고 그냥 사기꾼 해라. 아오 콱 내 피같은 돈… 이렇게 꽝에 한 번 걸릴 때마다 출혈이 생기는 구나. 아오 4만원이면 ㅎ ㅏ… 피방과 오락실과 만화방에서 하루종일 실컷 세상만사 다 잊고 놀면서 먹을 것까지 초호화 치킨 고기 이런 것만 쳐묵쳐묵 하고도 남을 법한 돈인데… 내 4만원이 이렇게 허무하게… 하… 여기 점집 겁나 많던데 여기서 대체 꽝이 아닌 집을 어떻게 가려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