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음스므로 음슴체. 먼저 쓰니는 20대 후반 남 고시생임. 좋은 말로 해서 고시생이지 사실 취직도 못하고 하루하루 부모님 등골 빼먹은 인간쓰래기임 ㅠㅠ 엄빠 미안… 가뜩이나 대학도 삼수해서 갔음. 좋은 대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잡대도 아니고 그냥 인서울 끄트머리에 걸려진 그저 그런 대학 갔음. 당연히 졸업하고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나름 공부는 할 줄 안답시고 (삼수까지 한 경험 + 꼴에 인서울 갔다는 부심) 공무원 시험 준비하겠다고 함. 내가 간 곳은 노량진 고시촌임. 보통 쓰니가 보기에 이곳의 비율은 10%정도의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정말 헐 소리 나도록 엄청 열심히 공부함. 인간도 아닌 거 같음. 공부하는 기계같음.) 60%의 이것도 저것도 안 되어서 고시준비한다고 핑계대고 고시촌에서 오락실, 피시방, 플스방, 술집 등을 전전하며 놀기만 하는 쓰래기들. 그리고 나머지의 열심히 하는 것도, 그렇다고 마음껏 노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부류 (쓰니가 이쪽에 해당 ㅠㅠ)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고 괴로웠음. 가장 괴로운 건 이도 저도 아닌 나 자신 때문이었음. 공무원시험 준비한답시고 노량진에 젊은 청춘이 모여서 노는 걸 하루이틀 본 게 아님. 거기다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여자들은 어찌그리 이쁘면서도 눈이 낮은지 ㅠㅠ 노량진 한 번 와보셈. 전부 나름 이쁜 여자들이 웩 스러운, 외모가 잘난 것도 그렇다고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닌 깽깽이 같은 남자들이랑 같이 다님… 내가 쟤네들보단 훨씬 나은데, 저런 대놓고 노는 외모도 호빗같은 쓰래기 오타쿠 남자들이랑 노느니 차라리 나랑 놀지. 아니야 놀기는 무슨!!!!! 그래 저렇게 노는 애들은 미래가 뻔할 뻔이지!!!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가끔은 외로움이 사무침. 그럼 내가 그렇게 참는다고 성공할 것 같은가하면 그것도 아님. 정말 독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공부함. 결론적으로 난 실패하는 대놓고 놀자부류가 아니라서 저렇게 대놓고 실패할 것 같진 않았지만 저렇게 독하게 공부하는 부류에는 절대 닿지 못했기에 솔직히 성공할 거란 생각도 못했음. 이도 저도 아닌 그 사잇길에서, 쓰니는 미치도록 고독하고 또 괴로웠음. 이런 저런 생각에 공부는 안되고, 부모님께는 죄송스럽고, 내가 그렇다고 그렇게 탱자탱자 노는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산 거 같은데 왜 이 모양인지 하루하루 죽을 거 같았음. 계속되는 방황과 고뇌와 고독의 시간이었음. 쓰니는 그럼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가끔 이 괴로운 현실을 잊으려 오락실에 갔음. 노량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곳이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서도, (수많은 학원가와 저렴한 서점, 식당, 공부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파는 곳 등) 그만큼 놀기도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음 (역시 수많은 피시방, 술집, 오락실, 등등등등) 남들처럼 술집에 갈 용기도, 여자남자 젊은 청춘들 모여서 노래방이나 그런 곳 놀러갈 용기도 나지 않았던 쓰니였기에 그날도 저녁 먹고 밤 10시 쯤? 공부도 안 되고 머리에 온갖 괴로운 고뇌들만 가득차서 주머니에 백원짜리 동전 한 움큼 챙겨서 오락실에 갔음. 피시방 가면 최소한 한두시간은 있으니, 저렴하게 조금만 놀자는 생각으로 오락실에 갔음. 머릿속 가득한 온갖 고뇌를 잊고 게임에 몰두하던 도중 쓰니와 아주 실력이 비슷한 상대를 만났음. 자꾸 아슬아슬하게, 간발의 차로 지다보니 화가 났음. 그래도 이런 걸로 화가나면 괴로운 현실은 잊을 수 있기에 나름 나쁘지 않음. 씩씩대며 다시 동전을 넣고 그 사람과 피튀기는 혈투를 벌였음. 쓰니의 나름 습관이 있는데 처음에 대충 하다가 뭔가 안되겠다 싶으면 손을 털고 게임하고 그래도 안되면 안경을 벗고 게임하고 그래도 안되면 손을 씻고와서 게임함. 근데 이게 쓰니만 그런 게 아님. 철권 고수들은 무슨 이야긴지 이해 할 거임 ㅋㅋ 정말 그 사람과 쓰니는 실력이 비슷했음. 그렇게 게임을 정신없이 하던 도중 다시 이으려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동전이 모자랐음. (철권 태그 2는 300원) 흥분된 채로 일어나려니 뭔가 뒷맛이 개운치가 않음.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어느 새 11시 30분임. 아… 어차피 오늘도 망한 거 겜이나 더 하다가 그냥 자야지 (역시 나님은 쓰래기 엄빠 미안 ㅠㅠ) 하는 마음에 흥분 된 상태로 오락실을 나와 내 방으로 달려갔음. 오락실이 보통 12시 30~40분 정도면 닫기에 빠르게 뛰어갔음. 그런데 나와 아슬아슬하게 자웅을 겨루던 그 상대가 없어진 거임. 뭔가 허무해졌음. 그와 함께 다시금 현자타임 도래. 뭐 빠지게 공부해도 모자랄판에 난 또 왜 이러고 있나. 자괴감이 마구 들음. 집에가서 한 자라도 더 보고 자야겠다는 마음에 다시 집에가서 책을 펼치고 자리에 앉음. 그런데 뭔가 허전함 아차! 안경! 아 대체 나란 넘은 왜 이럴까… 다시금 자괴감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락실로 달려감. 알바하는 형이 모르긴 몰라도 쓰니를 굉장히 한심하게 봤을 거임 ㅠㅠ 오락실 안에 거의 사람도 아무도 없고 기계도 하나둘씩 끄고 알바형도 마감정리 하는지라 어둑어둑 했음. 아까 내가 철권하던 자리에 놓고 갔던 안경을 보는데 헐 없음… 아 그게 얼마짜린데 대체 나란 놈은…! 또다시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샘솟을 쯤 내가 게임하던 자리 말고 옆옆옆 옆자리에 뭔가 다른 안경 하나가 보임 나처럼 놓고 갔나봄. 내 안경은 아님. 에이 그래도 하는 마음에 한 번 줏어서 써봄 올ㅋ 나랑 시력이 비슷했나봄. 참고로 쓰니 시력 매우 안 좋은데 내 눈에 딱인 거임.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 나같은 멍층이가 또 있었군 아니 그래도 난 돌아라도 왔는데 그 멍층이는 진짜 나보다 더한 멍층이네 ㅋㅋ 하면서 속으로 키득거리면서 오락실을 나가려는데 뭔가 섬뜩함 주위를 둘러보니 오락실 기계가 전부 꺼져있고 불도 꺼져있는 거임. 사람도 아무도 없음. 헐? 뭐지? 뭔가 이상해서 집중해버니 근데 몇몇 켜져있는 오락기 소리는 들림. 이상하네? 다 꺼져있는데? 문쪽을 보니 문은 열려있음. 순간 괜히 오싹한 느낌에 얼른 뛰어서 오락실을 나옴. 나오자 다시금 노량진 특유의 찝찝한 밤공기와 함께 오싹한 느낌이 사라짐. 그래도 나보다 더 멍층한 놈이 있다는 사실에 나름 기분이 좋아져 크게 숨을 한 껏 들이쉬며 길을 걸어가는데 뭔가 엄청난 충격이 내 얼굴 전반부를 강타함. 너무나 엄청난 충격이었음. 쓰니는 바로 “어엌!”하는 비명과 함께 코와 입술을 감싸쥐고 쭈그려 앉았음. ㅠㅠ 진짜 너무 아팠음… 뭐야 이 말도 안되는 충격고 고통은… 정말 진심 너무 심하게 아파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안경을 벗고 한 쪽 눈은 아파서 손으로 가린채 나머지 한 쪽 눈으로 힐끔하며 내게 충격을 준 것이 무엇인가 확인했음. 그러자 내 앞엔 전봇대가 서있었음 한 마디로 정줄놓고 밤공기 들이마시며 가다가 전봇대와 마이 페이스를 충돌시킨 거임. 헐? 이상하네 분명 저런 거 없었는데? 아닌가 내가 너무 정줄을 놓고 다녔나. 아놔 ㅠㅠ 나란 넘은… 다시금 복받치는 서러움에 눈물이 찔끔 나올 거 같았음… 그래 이건 슬퍼서 우는 게 아냐 너무 강한 안면충격에 의해 눈물샘이 자극되어 잠깐 흐르는 물일 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