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보다 더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오버아머가우라는 도시는 우리나라의 동피랑 마을 같은 느낌을 줍니다.
퓌센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건물마다 프레스코화가 장식되어 있어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요. 이런 오버아머가우는 벽화마을로 유명하지만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오버아머가우 수난극입니다.
이 마을 수난극의 역사는 16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30년 전쟁으로 대부분의 독일 도시가 황폐해지고, 전염병이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오버아머가우는 전염병으로 인해 주민의 20% 이상이 죽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나님이 질병으로부터 구해 준다면 앞으로 10년마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수난극을 상연할 것을 맹세하게 됩니다.
그래서 1634년 오순절에 전염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무덤 위에 무대를 만들어 제1회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을에서 전염병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그들은 서원한 데로 10년에 한 번씩, 공연을 계속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벌써 42회째를 맞이하게 됩니다.
재밌는 점은 아직도 수난극에 참여하는 배우들을 보통 마을 안에서 캐스팅하는데요. 인구가 5000명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2500명이 연주나 코러스 등으로 참여한다고 하니, 그들에게 이 수난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겠지요?
수난극 공연은 6시간 동안 진행되고, 예수의 고난, 죽음, 부활에 이르기까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10년마다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공연을 직접 보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러나 공연 투어를 신청하면 가장 최근에 개최된 수난극의 공연 실황을 보여주고, 오순절 기간에는 오페라와 음악회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고 있다고 하네요.
라인가우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으로 와인이 유명한 지역입니다. 예전에는 수도원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제조하였기 때문에 라인가우지역은 포도밭과 수도원이 많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독일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백포도 품종의 리슬링이 대표적으로 생산되기도 하지요.
술과 음악은 역시 함께 있어야 되는 것일까요? 라인가우는 와인뿐만 아니라 매년 여름에 개최되는 음악축제로도 유명합니다.
라인가우음악제는 프랑크푸르트, 비스바덴을 비롯한 라인강변 각지에서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개최되는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한 음악축제로서 에버비후 수도원이라는 곳에서 첫 합창공연이 열린 후 1988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 고전음악축제였으나 현재는 재즈와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고요. 특히 우리나라의 음악가들이 라인 가우 음악제에 초청되면서 축제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등이 프로모팅 영 탤런트(Promoting Young Talent)프로그램에 초청받은 적이 있고, 금호현악 4중주단이 윤이상의 4중주 제6번 등을 공연하기도 하였습니다.
라인강변의 여러 장소에서 100개 이상의 공연이 개최되기 때문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연을 찾아보고 가야 합니다.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공연 이외에도, 역사적인 건축물에서 개최되는 야외 음악 콘서트, 실내악 연주, 와인 시음회, 포도주 경매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최대한 많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앞에서 소개한 음악축제들은 모두 독일 남부 지방에서 진행되는 음악축제인데요, MDR 여름 음악축제는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등 이 속하는 동독 지역에서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1991년에 시작된 이 축제는 중부 독일 방송(MDR)에서 주최하는 음악축제로서 독일 중동부의 작센, 작센안할트, 튀링엔에서 매년 6~8월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콘서트, 연주회, 현대음악 등 다양한 공연이 각 주의 고성과 교회, 공원에서 진행되는데요, 드레스덴의 젬퍼 오페라극장이나 아이제나흐 바르트부르크 산성 등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건축물에서 열리기 때문에 독일 여행 중에 이 도시들을 이 기간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습니다.
유럽의 3대 오페라 페스티벌이 있다면, 아마도 잘츠부르크, 베로나, 그리고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오페라페스티벌이 모두 매력 있지만, 대도시인 뮌헨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독일 여행에 있어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음악 페스티벌 중에 하나입니다.
뮌헨의 오페라페스티벌은 바이에른 주립 오페라 극장이 시즌 공연 종료 후 매년 개최하는 것으로 1875년 바그너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상연을 목적으로 시작한 이후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통 6월부터 7월 사이 한 달에 걸쳐 오페라, 발레 공연이 상연되고, 이 기간 동안 10개 이상의 다양한 오페라를 공연합니다. 매 공연 때마다 정상급 가수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표값도 비싸고, 표 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데요, 그래서 오페라페스티벌 기간에는 오페라극장 바로 앞의 막스 요셉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많은 분들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공연이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지만, 공연비가 부담되었다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네요.
http://www.staatsoper.de/en/opera-festival/munich-opera-festival.html
이 밖에도 바덴바덴 페스티벌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바덴바덴 페스티벌의 경우 다른 음악축제와는 조금 다른데요. 대부분의 음악축제는 여름에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2,3달까지 진행되지만, 바덴바덴 페스티벌은 1년에 4차례 열립니다. 다시 말해서 1년 내내 축제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페스트 슈필 하우스에서 주로 개최되고, 매번 최소 1편의 오페라 공연과 콘서트가 개최됩니다. 그리고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페스티벌의 경우 독일 북부지역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음악축제로서 1986년 지휘자 번스타인과 바이올리니스트 메뉴힌의 제안으로 시작된 후 함부르크와 그 주변의 주에서 매년 7월에서 8월까지 약 200여 회의 공연이 진행됩니다. 올해에는 뤼벡에서 진행된다고 하네요.
- 바덴바덴 페스티벌
-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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