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 13년?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초중고 12학년을 마치고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교육과정을 택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05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4년 (베를린은 6년), 김나지움 9년, 총 13년 동안 초중고 학교에 다니는 시스템이었다. 초등학교에는 오전 수업만 있고, 중고생들도 오후 수업은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방과 후 숙제도 그리 많지 않아 한국 중고생들과는 공부하는 시간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4년을 마치고 9학년 김나지움을 다닌 후 아비투어를 딸 수 있는 제도는 바이마르 공화국 (1918 - 1933) 때 도입되었다. 나치정권이 들어서고 1936년부터는 8년제가 되었다가 1951년 다시 9년제로 전환되었다.
2000년 OECD 국제 청소년 학력 비교 테스트 (PISA) 결과가 발표되면서 몇 년 동안 독일에서는 학력수준, 제도에 관한 토론이 계속되었다. 그 가운데 대학입시까지의 기간을 12년으로 줄이자는 의견, 연구발표들이 나오자 각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실적인 이유 중 한 가지는 12년제를 시행한다면 1년 일찍 직업교육이나 대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고, 1년 먼저 납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많은 국가에서 초중고 마칠 때까지 기간이 12년인데 독일만 13년이라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 졌다. 대학입시까지 13년이 걸리는 데다, 아비투어를 마친 뒤 곧바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자원사회봉사, 해외여행 등으로 6개월이나 1년을 보낸 뒤 대학진학이나 직업교육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OECD국가 중에서도 학업을 마친 뒤 사회에 진출, 취업하는 연령은 독일이 유난히 높았기 때문이다.
2012년에서 2015년에 걸쳐 독일의 거의 모든 연방 주 김나지움에 8학년 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들은 여유가 없고 빡빡한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했고, 1년을 앞당겨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그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2014년부터 니더작센, 바이에른, 슐레스비히 홀슈타인 주처럼 다시 9학년 제로 환원한 주가 있는가 하면 8, 9학년 제 학교가 동시에 공존하는 주, 심지어 한 학교에서 8년, 혹은 9년 과정을 선택할 수 있는 학교도 등장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오늘 17일 독일 언론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도 다시 9학년 제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몇몇 김나지움은 예외적으로 8학년 제를 계속 시행하기로 했으나 대부분의 김나지움은 다시 9학년 제로 돌아간다.
바뀌는 제도로 인해 고등학교 후배와 대학 동기가 되기도 하고, 한 살 차이인 형과 아우가 같은 해 졸업, 입학하기도 하는가 하면, 대학에서는 특정 연도에 갑자기 입학생의 수가 두 배가 되어 강의실이 없어 잔디밭에 앉아 강의를 하는 등, 별별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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